과학적 상대주의 – 방법론: 퍼시그

By | 2022년 01월 18일

인터넷상에 있는 자료인데,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도달한 결론이 확실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그나름 잘 정리하고 있고, 한 시점에서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 과학 이론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라 번역하여 올립니다.

원본은 여기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방법론: 퍼시그, 과학적 상대주의, 그리고 합리적 지식>
원작자: 카라치 (Karachi)

로버트 퍼시그 는 그의 유명한 저서인 선과 오토바이 수선술 (Zen and the Arts of Motorcycle Maintenance) 에서 대학 학부시절 과학에 대해 가졌던 환상에 대해 언급 하고 있다.

퍼시그의 법칙

퍼시그는  생화학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던 수행하던 중에 특이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험에서 가장 쉬운 부분은 연구의 대상인 현상을 설명할 가설들을 생각해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가설들을 검증하는 동안 가설의 수가 점차 줄어 드는 것이 아니고, 도리어 계속 늘어만 갔다!
퍼시그는 이러한 상황을 재미있게 받아들여, 다음과 같은  법칙을 만들어 냈다.

"어떤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의 수는 무한하다." (p 139)

퍼시그는 당연히 이 법칙을 증명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가 말한 법칙의 요지는 어떤 시점에서든지 대상이되는 현상에 대해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가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모든 가설을 검증할 수 없다면 (실험이 진행됨에 따라 가설의 수가 계속 늘어나서) 특정 시점에서 단일 실험의 결과로는 결론을 낼 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과학적 진실은 상대적이며, 시간의 함수라 할 수 있다.

과학적 방법의 속성

과학적 방법의 속성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왜 과학적 진리가 상대적일수 밖에 없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학적 방법은 가설-귀납법적 모델에 기초한 사고형태에 기초하고 있다.
과학적 방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자면

  1. 문제 (설명해야할 현상)를 보고, 먼저 이전에 제시된 설명을 찾는다.
  2. 만약 선행하는 설명이 없다면, 새로운 설명을 (이론) 구축한다.
  3. 그리고, 위의 단계에서 만들어진 이론 (설명)에 기초해 검증 가능한 매우 구체적인 예측을 한다.
  4. 마지막으로 자료를 모아, 자료가 반대가설을 만족시키는지를 확인하여 가설을 검증한다.

과학적 연구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단계가 이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다시 설명하도록한다. 3 단계에서 언급된 가설을 연구가설 (또는 대립가설:  the alternative hypothesis) 이라고 하고, 연구자가 정말로 옳은 것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가설이다. 모든 연구가설에는  대응하는 귀무가설 (the null oypothesis)이 있으며, 실제적으로 실험을 통해 이 귀무가설 가설을 검증한다.
예를 들어보자. 연구가설이 "토마토의 성장속도는 흙에서 보다 퇴비 위에서 더 빠르다" 라고 하면 귀무사설은 "토마토의 성장속도는 흙에서 보다 퇴비 위에서 더 빠르지 않다." 가 될 것이다.  실험자는 실제로 귀무가설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게 되는데, 만약 실험결과 (데이타) 가 귀무가설에 맞지 않으면 귀무가설을 거부하고, 대립가설을 사실 (진실)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연구가설에 대한 절대증거의 부재

위의 설명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주어진 설명 또는 이론 (#2 단계) 으로부터 도출된 결과를 과학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증명할 수 없다. 기껏해야 연구가설의 반대가설이 관찰된 데이타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크리스챤 호이겐 (Christian Huygens)이 "우리는 아무것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을 믿는다."  라고 할 때 이러한 것을 의미한 것이다. 알버트 아인스타인도 같은 생각을 더 자세히 표현했는데, "아무리 실험을 많이 한다고 해도 결코 내가 맞다는 것을 증명 할 수는 없다; 단 하나의 실헙결과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과학적 방법 (Scientific Method)으로 부터)
어떤 증거에 대해서도 단 하나의 설명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설명이 가능할 수 있다.  어떠한 현상의 경우에도 시간이 지나면 현재 가장 인정 받는 설명 (이론)이라도 궁극적으로 반박을 받고, 새로운 대립가설이 그 위치를 대체하게 된다.

과학적 진실은 시간의 함수

이러한 사실로부터 과학적 상대주의(scientific relativism)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과학의 역사를 통해 보자면, 오래된 사실에 대해 새로운 해석 (이론)이 제시되어 왔다. 한동안 이러한 해석이 진실 (true)인 것으로 받아들여 지지만, 결국 새로운 진실(해석)으로 대체된다. 퍼시그가 관찰한 것 과 같이, 어떤 과학적 진실은 수세기 동안 유지되기도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일년도 못 갈 경우도 있다.
포돌과 필리쉰 (J. A. Fodor and Z. W. Pylyshyn) 도 인지이론 분야에서 유사한 관찰을 하게 되었는데, "잘 정립된 과학분야에서도, 경험적 (실험적) 지식이 끊임없이 재정립된다. 그리고 어떤 세대에서 당연시 되는 이론도 삼사십년 후의 관점에서 보자면 순진(naive)하게 보일 수 도 있다." 라고 하였다.
퍼시그는 또  "금세기의 활발한 과학적 활동으로 20세기의 과학적 진실의 수명이 전 세기 보다 훨신 짧아진 것 같다." 라고 하였다.

가설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 할 수록, 가설을 테스트하고자 하는 활동도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더욱 더 많은 가설이 생겨나게 된다. 다수 중에 하나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설의 수를 늘리기만 한다.

혼돈에 축소가 아니라 도리어 혼돈을 양산?

퍼시그가 과학에 대해 내린 궁극적 결론은 다소 흥미롭기도 하고, 확실히 가혹하기도 하고, 당연히 맞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정보, 이론과 가설이 증식에 증식을 더함에 따라, 과학이 인류에게 하나의 절대 진실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미확인된 상대적인 진실들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 그 자체가 사회적 혼돈의 주된 생산자이며 합리적 지식을 통해 사라지게 될 거하고 기대했던 사상과 가치의 불확정성이라 할 수 있다.

합리성에 대한 퍼시그의 판결:

"It begins to be seen for what it really is–emotionally hollow, esthetically meaningless, and spiritually emp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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